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처음 읽은 것은 아마 내가 중학생일 때였을 것이다. 당시 국민학교로 불렸던 곳의 선생들도 심심치 않게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이름을 가끔 학생들에게 들먹이던 때가 있었다. 나는 흥미롭게 들었고, 다른 녀석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한복을 입은 남자라는 루벤스의 그림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굉장히 오래전의 일이다. 벌써 40년이나 된 일이고, 오세영의 이 역사소설이 배경으로 설정한 역사적 가설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부정되었다. 이탈리아에 조선인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읽기에 따라서는 일종의 국뽕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이 책의 플롯으로 등장하는 비즈니스 케이스들은 현대적인 의미의 케이스 스터디가 되지는 못한다.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