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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란 (Quran) Part I: 내가 쿠란(코란)을 읽는 이유

내 관심은 지극히 단순하다. 쿠란을 읽는 이유는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푸스하라고 하는, 교과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아랍어의 표준형은 쿠란을 소리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쿠란을 읽을 수 있어야만 아랍어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쿠란의 문학성이 그만큼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아랍어를 처음 배울 때는 아랍어 글자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머치 달팽이가 기어가면서 남긴 자국처럼 생겼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람이 쓰는 언어이고 패턴과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이해하기 쉬운 형태가 아니지만,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는 딱히 종교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군대에서 카톨릭의 세례명을 받은 적은 있다. 내가 군대에서 빵을 얻어 먹고 성경을 완독..

2024.07.27

책, 고전, 미니멀리즘

책을 좋아거나 소개하고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르치는 것은 장단점을 보두 가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책을 산다고 해서 그 책의 지식을 가질 수는 없다. 지식을 습득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식을 익히고 시험하고 나만의 경험과 지혜로 승화시키는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사고 고전 강의를 듣고 즐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게 학습자가 원하는 삶을 당장 제공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책, 독서, 고전이라는 단어들은 무조건 좋을 것만 같지만, 정신 세계에도 미니멀리즘은 필요하다. 머리와 가슴을 쓰는 시간을 줄여야 움직여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고, 효율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종의 새해 맞이랄까. 내가 가진 모든 책을 꺼내어 쌓아본다. 책 ..

실행 2023.02.10

내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웃는 이유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 가 말하는 많은 것에 동의한다. '기후변화' 라고 단순히 말하기에 '기후문제'는 분명히 일상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명히 기후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해야하지만, 국제정치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답답한 상황인 것도 안다. 툰베리의 나이가 19세라는 점을 이유로 그녀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판이 전혀 아니다. 환경에 대한 심모원려에 대해서 공감하는 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8일자 가디언지에 기고된 그레타 툰베리의 글은 비웃음이 나오는 글이다.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일에대한 도덕적인 분노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툰베리의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문장을 직접 인용하겠다. "Beyoncé was wrong. It is not g..

실행 2022.11.01

알고리즘 리더 (마이크 월시) - 데이터 기반 기업으로의 변신은 가능한가

2019년에 나온 '알고리즘 리더' 라는 이 책은 사실 AI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대해서 찾아본 많은 책들중 하나에 불과하다. 흔히 인공지능 분야에 관한 경제, 경영 분야 도서는 너무 많아서 다 읽기 쉽지 않다. 해당 분야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책을 골랐어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데이터, AI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책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필요한 책들은 여전히 읽어 나갈 수밖에 없다. (사실 다 읽을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간 생활의 방식이 다시 한 번 바뀌는 시기에 와 있고, 근본적인 변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독서모임이나 각종 스터디 모임에서도 이 주제는 빠지지 ..

2022.10.03

초격차 (권오현) - '초격차' 비판

2024년 업데이트:지금 삼성전자의 업계 위치를 생각해보면 초격차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기이 몰렸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권오현의 초격차는 추천하지 않는다. 읽을 필요가 없다기 보다,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책의 저자인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이 감수한 '위험의 크기' 때문에 그렇다. 저자는 완전히 망할 위험을 감수한 적이 없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히) 과대평가 되었다.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이라는 초격차라는 단어가 그 클래스에 걸맞게 이 책에서 빛나는 순간은 책의 217 페이지에 있다. 저자가 삼성전자 임원이자 애플의 반도체 공금 업체 대표 자격으로 전설적인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리젠테이션 현장에 있었다는 '격의 발견' 부분이다. 저자는..

2022.09.03

진실 ≠ 진리

영화 '관상'의 마지막 대사였다. '나는 파도만 보았을 뿐, 바람을 보지 못했다.' 사람 얼굴이라는 현상만 볼 줄 알았지, 변하는 시대를 읽지 못했다는 주인공의 통한의 한 마디가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인 관상가, 이제 부서지는 파도가 아닌, 파도를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려한다.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세상이 좋아진 덕분에 우리는 여러가지 미디어를 동원해 세상을 읽는다. 세상이 너무 좋아진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일을 급격하게 줄여 왔다. 이제 아주 가까운 일상을 제외하면 모든 것은 검색엔진과 미디어 안에 있다. 심지어 검색엔진을 잘 이용하지도 않는다. 미디어가 떠먹이는 것을 받아먹는다. 과거로 돌아가면 뭔가 더 나은 것인가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을 ..

미디어 2022.08.15

Zero to One 제로 투 원 (피터 틸) - 스타트업부터 독점기업까지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2010년대에 나온 책들 중 앞으로 스테디셀러가 될 만한 책이고, 아마 수명이 상당히 긴 저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0 에서 시작해 1이 된 기업들 그들은 무엇이 달랐나?" 이게 핵심적인 질문이다. 답은 이미 책 뒷 표지에 적혀 있다. "창조적인 독점기업을 만들라." 핵심을 관통하는 단어가 두 개 있다. '독점'과 '라스트 무버'다. 모노폴리라는 클래식 보드 게임 이후로 자본주의의 본질이 경쟁이 아닌 독점에 있다는 사실을 말한 책이다. (그런 책은 몇 권 더 있긴 하지만) 피터 틸이 말했기 때문에 이 말이 훨씬 높은 설득력을 지닌다. 피터 틸은 이미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필두로 한 핵심적인 스타트업의 창업자 혹은 초기 투자자이다. 경제학자들이 좋다..

2022.08.07

생명이 끝난 모임은 해체되어야

끝난 조직은 끝난 것이다. 각종 스터디 모임에 꽤 나가본 편이고, 그 모임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면 반드시 끝나서 해체되어야 한다. 오랫동안 결과가 없거나 모이는 목적이 불분명한 모임이 길어져봐야 서로의 인생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잠시 참여했던 GRE 스터디 모임부터 영어, 독서모임, 음악, 커피, 와인동호회 등 여러가지 유료 무료 모임들을 통해 배운 것이다. 끝나야 모임이 제대로 흩어지지 않으면 항상 안 좋게 헤어지게 된다. 어떤 형식의 모임이든 원래 모임의 목적이 해소되고 나서 흩어지지 못하면, 뭔가 다른 목적이 그 자리를 채운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던지, 누군가를 이용해 사기를 치려고 한다던지, 아니면 원래 왜 모였는지도 모르게 그냥 편해서 같이 시간만 보내는 조직이 되고 만다. 기업에 퇴..

실행 2022.08.04

문이과 통합수능 - 간과하는 몇 가지와 교육 시스템의 속성

애초에 문과 이과를 나누어 두고 뭘 배우겠다는 생각 자체가 글러먹은 생각이다. 각 과목마다 나름대로 필요한 이유가 있어서 공부할 때는 그렇게 어렵고 싫어도 막상 나중에 뭘 써먹어보려면 어떤 과목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것이 아까워지는 순간이 살면서 한 번 쯤 오게 된다. 이건 애초에 도입하지 않았어야할 불필요한 구분이었다. 문제는 문과와 이과라는 구분이 대학입시와 수능 체제에 중요한 구분이었는 점이다. 전형에 들어가는 수험생 총원을 구분하는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치가 낮았기 때문에 별 얘기가 없다가 지난 수능이 끝나고 2월쯤 대입 결과가 나오자, 역시 문과가 손해를 많이 보았다라는 정도를 뛰어넘어 '문과침공'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기사륻이 쏟아진다. 벌써 23년 수능이 100일 앞으로..

실행 202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