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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란 (Quran) Part I: 내가 쿠란(코란)을 읽는 이유

내 관심은 지극히 단순하다. 쿠란을 읽는 이유는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푸스하라고 하는, 교과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아랍어의 표준형은 쿠란을 소리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쿠란을 읽을 수 있어야만 아랍어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쿠란의 문학성이 그만큼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아랍어를 처음 배울 때는 아랍어 글자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머치 달팽이가 기어가면서 남긴 자국처럼 생겼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람이 쓰는 언어이고 패턴과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이해하기 쉬운 형태가 아니지만,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는 딱히 종교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군대에서 카톨릭의 세례명을 받은 적은 있다. 내가 군대에서 빵을 얻어 먹고 성경을 완독..

2024.07.27

알고리즘 리더 (마이크 월시) - 데이터 기반 기업으로의 변신은 가능한가

2019년에 나온 '알고리즘 리더' 라는 이 책은 사실 AI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대해서 찾아본 많은 책들중 하나에 불과하다. 흔히 인공지능 분야에 관한 경제, 경영 분야 도서는 너무 많아서 다 읽기 쉽지 않다. 해당 분야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책을 골랐어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 책이 아니더라도 데이터, AI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책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필요한 책들은 여전히 읽어 나갈 수밖에 없다. (사실 다 읽을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간 생활의 방식이 다시 한 번 바뀌는 시기에 와 있고, 근본적인 변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독서모임이나 각종 스터디 모임에서도 이 주제는 빠지지 ..

2022.10.03

초격차 (권오현) - '초격차' 비판

2024년 업데이트:지금 삼성전자의 업계 위치를 생각해보면 초격차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기이 몰렸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권오현의 초격차는 추천하지 않는다. 읽을 필요가 없다기 보다,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책의 저자인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이 감수한 '위험의 크기' 때문에 그렇다. 저자는 완전히 망할 위험을 감수한 적이 없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히) 과대평가 되었다.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이라는 초격차라는 단어가 그 클래스에 걸맞게 이 책에서 빛나는 순간은 책의 217 페이지에 있다. 저자가 삼성전자 임원이자 애플의 반도체 공금 업체 대표 자격으로 전설적인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리젠테이션 현장에 있었다는 '격의 발견' 부분이다. 저자는..

2022.09.03

Zero to One 제로 투 원 (피터 틸) - 스타트업부터 독점기업까지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2010년대에 나온 책들 중 앞으로 스테디셀러가 될 만한 책이고, 아마 수명이 상당히 긴 저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0 에서 시작해 1이 된 기업들 그들은 무엇이 달랐나?" 이게 핵심적인 질문이다. 답은 이미 책 뒷 표지에 적혀 있다. "창조적인 독점기업을 만들라." 핵심을 관통하는 단어가 두 개 있다. '독점'과 '라스트 무버'다. 모노폴리라는 클래식 보드 게임 이후로 자본주의의 본질이 경쟁이 아닌 독점에 있다는 사실을 말한 책이다. (그런 책은 몇 권 더 있긴 하지만) 피터 틸이 말했기 때문에 이 말이 훨씬 높은 설득력을 지닌다. 피터 틸은 이미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필두로 한 핵심적인 스타트업의 창업자 혹은 초기 투자자이다. 경제학자들이 좋다..

2022.08.07

제너럴스 (토머스 릭스) - 최고 리더는 무엇을 하는가

역사를 가르치면서도 전쟁사와 기술사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전쟁사에 대해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 이유는 최첨단의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현상이 전쟁중에 일어나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리더십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제너럴스 (Generals)'는 후자의 리더십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2차대전 이후에 미 육군의 최고위 리더십의 변화를 묘사한다. 장군을 지칭하는 영단어가 General이다. 미군 기준으로 육군, 해병대, 공군의 장성은 General 로 모두 지칭한다. (참고로 해군 제독은 Admiral, 한글로도 장군과 제독을 구분한다.) 별이 몇 개냐가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실전에 투입된 장성급 리더십을 전쟁사를 되짚으며 논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웠다. 물론 이 내용은 다른 전쟁사 서적..

2022.07.27

슬램덩크 - 백날 공부해도 소용없는 이유

왜 당신의 인생이 백날 공부해도 인생이 바뀌지 않는지 아는가. 대부분 '학'만 하고 '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날 책 읽어봐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학습"의 의미를 아는가. 배우고 (학), 익힌다 (습)는 뜻이다. 배우는 것은 대표적인 것이 독서고, 익히는 것은 실행이다. 연애를 책으로 배우고, 뭍에서 수영 동작을 따라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는 농구와는 거리가 먼 깡패 새끼였던 강백호가 농구 선수로 성장하는 작품이다. 강백호의 성장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면 '학'보다 '습'이 많다. 주장인 채치수와 안 감독이 그렇게 기초를 강조해도, 기초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강백호는 실전을 통해 배운다. 기초를 배우는 '학'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기..

2022.05.04

영원한 제국 (이인화) - 치명적인 생각의 힘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영원한 제국은 작가에 대한 논란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미 알려져 있는 역사 '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니 Alternative History라고 부르기는 무리가 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진짜 역사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극화가 잘 된 작품이다. 독서의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블로그 주인이 굳이 소설을 리뷰하여 기록문을 적는 것은 '책과 생각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내내 '책이 가지고 있는 담론의 힘'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처음 '영원한 제국'에 대해 줏어들은 것은 학원의 국어 선생님으로부터였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거의 수업시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시다시피한 선생님으로부터 비슷한 모티브로 '..

2022.04.19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정식 한국어판 전집 - 어쩌면 이것이 창의력의 모습

'그림이 더럽다.' 혹은 '소름끼친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 작가가 이토 준지다. 그것은 이토 준지에게는 칭찬이다. 국내에는 토미에와 소용돌이로 알려져 있을 텐데, 확실히 이토 준지의 그림체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더럽다'나 '소름끼친다.' 보다는 이상하다는 표현이 내가 쓰고 싶은 표현이다. 이토 준지의 작화에는 이상의 시가 풍기는 묘한 탁함과 나른한 공포가 있다. 이토 준지가 그리는 토미에는 피를 토할 정도로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얼굴이 애들 낙서 같은 멍하고 둔한 느낌도 있으며, 가끔 등장하는 벌레의 묘사나 짙은 표정 음영처리는 정말 '더랍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애니메이션 전문가도 미술전문가도 아니다. '공포만화'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른다. 이토 준..

2022.04.04

택리지(이중환) -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 서적의 원형

택리지는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 서적의 원형이다. 최근에 출시된 수많은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은 택리지가 제시한 4가지 기준의 현대적인 해석에 기반한 것이다. 택리지는 단순히 지리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지리, 생리, 산수, 인심이라는 네 가지 입지 선정 기준을 제시한 것이 이중환의 탁월한 점이다. 구체적인 입지 선정 기준을 조선시대에 책으로 출판한 것은 음양학의 성격이 강했던 풍수지리나 단순히 위치를 강조하는 "Location, location, location" 같은 서구의 실용적인 격언을 뛰어넘는다. 무려 1996년판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이 책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제본이 위태롭기 때문에 곧 새 책을 구입해야겠지만, 표지에 있는 것처럼 한글세대를 위한 책으로 지명이나 고유명사 정도를 제외한..

2022.03.29

아파트공화국 (발레리 줄레조) - 프랑스 학자의 편견

부동산은 언제나 한국의 가장 큰 쟁점이다. 간단하다. 한국의 대도시 부동산 시가총액의 합이 1위 기업 삼성전자보다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은 대한민국 정치의 성패를 가르는 문제이다. 모든 정책이 성공해도 부동산 정책이 빗나가는 순간, 정권은 욕을 먹는다. 이 시장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 이라는 구절에서 '부동산'이라함은 주택, 보다 정확히 '아파트'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발레리 줄레조의 (직접 지은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책 네이밍은 매우 정확하게 핵심을 타격했다. 실제로 '아파트공화국' 이라는 말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자극적인 뉴스 제목으로 상당히 자주 사용되기도 했다. 줄레조의 '아파트공화국'은 2007년에 출시되었고, 이 책을 사서 읽었을 당시 나는..

2022.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