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더럽다.' 혹은 '소름끼친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 작가가 이토 준지다. 그것은 이토 준지에게는 칭찬이다. 국내에는 토미에와 소용돌이로 알려져 있을 텐데, 확실히 이토 준지의 그림체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더럽다'나 '소름끼친다.' 보다는 이상하다는 표현이 내가 쓰고 싶은 표현이다. 이토 준지의 작화에는 이상의 시가 풍기는 묘한 탁함과 나른한 공포가 있다. 이토 준지가 그리는 토미에는 피를 토할 정도로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얼굴이 애들 낙서 같은 멍하고 둔한 느낌도 있으며, 가끔 등장하는 벌레의 묘사나 짙은 표정 음영처리는 정말 '더랍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애니메이션 전문가도 미술전문가도 아니다. '공포만화'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른다. 이토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