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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TV, 책을 대하는 태도

불곰맨발 2022. 7. 15. 20:35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부터 케케묵은 책까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대하는데는 각기 다른 태도가 필요하다. 어느 한 쪽에 쏠려 다른 미디어를 전혀 취급하지 않은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뭐가 맞고 틀리다보다는 서로 다르게 생겨먹은 정보의 채널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정리는 필요하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해보면 의도치 않게 답답함이 치솟을 때가 있다. 부모님이 TV로 얻은 최신 뉴스가 나는 이미 하루 전이나 아침에 포탈/브라우저 뉴스 동기화로 이미 한물간 뉴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식된 입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걸 시작으로 부모자식간의 대화를 나누게 되지만, 실질적인 속도의 차이가 느껴질 때마다 답답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에 균형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1. 유튜브 (+ 소셜미디어)

유튜브는 내가 원하는 컨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이 필요할 때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리고 유튜브는 읽어들이는 intake 수단이 아니라 밖으로 내보내는 publish 수단이다. 이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전체가 마찬가지다. 책으로 치면 일종의 계독을 반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다.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내가 본 것과 비슷한 내용,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나에게 밀어 넣는다. 그리고 이 장점은 단점이 된다. 인간의 치명적인 단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상을 심화시킨다.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시청하지 않는 것은 소극적인 대응방법이다. 내가 쌓아놓은 편향성을 극복하고 광고를 봄으로써 요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차지하려고 싸우는지를 알 수 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이 있다면 가끔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로 컨텐츠를 보거나 다른 컨텐츠를 보는 계정을 따로 만드는 일이다. 잘못하면 넓디 넓은 세상에서 좁디 좁은 것만 볼 수도 있다. 

무의식적으로 계속 시청할 수 있는 장점도 단점이 되곤 한다. 영상의 특성상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동영상에서 원하는 부분만을 타임스탬프상에서 찾는 것은 단순히 관련 영상을 찾아 추천하는 것보다는 어려운 기술이다. (그래서 이게 나중에 책의 장점으로 이어진다.)

2. TV

의외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편향성을 커버해주는 것이 TV이다.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통행인 정보 전달 방식이 '요새 보편적으로 핫한 것'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유튜브에서 뭔가 본 것만 계속 다시 추천해주고 있거나 볼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방송국을 찾아보자. 나의 유튜브 추천 영상과 TV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보면 내가 얼마나 구석에 가서 빙빙 돌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거꾸로 TV에서 보는 것과 유튜브에서 보는 것이 비슷하다면, 그리고 그게 단톡방에서 돌아다니는 영상과도 비슷한 분위기와 컨텐츠라면 좀 반성할 일이다. 그만틈 내 취향이 분명치 않다는 얘기다. 뭔가 특이한 것을 찾아보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의외로 TV를 보는 것이 그래서 자기 반성에 도움이 된다. 

3. 책

이 블로그의 주제이면서, 가장 정보의 밀도가 높은 책은 정보의 전달 속도는 매우 느리다. 하지만 속도나 느린만큼 정보의 깊이는 압도적이다. 영상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보다는 책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조금 더 빠르다. 특히 전자책이 나오면서 검색 단위가 키워드 수준까지 낮아졌기 때문에 발췌독과 숙독면에서 책이 훨씬 유리하다. 종이로 내 손 안에 놓여 있는 책을 다 읽고 나면 확실히 그 내용을 장악했다는 느낌이 오기 때문이다. 영상이나 타임라인의 형태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면에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읽는 것이 쉽다. 그리고 영상의 도입부나 편집하면서 들어간 불필요한 정보들을 우회해서 핵심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나는 확실히 책 속의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싶을 때, 전자책이나 pdf 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전자책도 상관은 없지만, 책은 온라인이 폭망해도 살아남는 매체가 된다. 금을 증권계좌를 통해 온라인으로 살 수 있지만, 실물 금을 사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여러가지 매체 사이에서 굳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다는 공익적인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매체의 특성이 그냥 그런 것이고, 균형을 밪출지 편향을 추구할지는 본인에게 달린 일이다. 오히려 나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것은 정보의 수지 균형을 밪추는 일이다. 읽고 보고 듣는 것과 제대로 말하고 쓰는 것의 균형을 맞추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보고 듣고 읽는 것도 늘어나고 품질도 좋아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