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2010년대에 나온 책들 중 앞으로 스테디셀러가 될 만한 책이고, 아마 수명이 상당히 긴 저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0 에서 시작해 1이 된 기업들 그들은 무엇이 달랐나?" 이게 핵심적인 질문이다. 답은 이미 책 뒷 표지에 적혀 있다. "창조적인 독점기업을 만들라."
핵심을 관통하는 단어가 두 개 있다. '독점'과 '라스트 무버'다.
모노폴리라는 클래식 보드 게임 이후로 자본주의의 본질이 경쟁이 아닌 독점에 있다는 사실을 말한 책이다. (그런 책은 몇 권 더 있긴 하지만) 피터 틸이 말했기 때문에 이 말이 훨씬 높은 설득력을 지닌다. 피터 틸은 이미 페이팔과 팔란티어를 필두로 한 핵심적인 스타트업의 창업자 혹은 초기 투자자이다. 경제학자들이 좋다고 말하는 '경쟁'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노예에게 좋다는 의미로 피터 틸은 경쟁을 철저하게 피한다. 세계 경제는 쓸 수밖에 없는 것을 파는 사람에게 철저하게 유리하다. 석유나 가스 같은 필수적인 에너지원을 팔거나, 사람들이 쓸 수밖에 없거나 꼭 쓰고 싶은 혁신을 파는 사람이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다.
경쟁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쟁에서 이겨서 얻는 시장보다 경쟁을 우회해서 승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할 뿐이다. 경쟁에서 벗어난 기업이 독점하지만, 독점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등장하는 개념이 '라스트 무버'다. 경쟁으로 미래의 현금흐름을 까먹으면서 1위의 자리를 내줄 수박에 없는 퍼스트무버는 독점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의 핵심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고, 미래 현그흐름 방생 시점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한 번 살아남으면 독점을 누리는 것은 몇 년이 아니라 몇 십년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초격차' 전략의 허점이 존재한다. 이건 별도의 리뷰에서 다룰 예정이다.)
제로 투 원의 서평이 책의 앞에 실려 있다. 두 사람의 서평이 눈에 띈다.
일론 머스크: 피터 틸은 여러 혁신적인 회사를 세웠다. 제로 투 원은 그 노하우를 보여준다.
나심 탈레브: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인물이 쓴 책은 반드시 일어볼 필요가 있다. 피터 틸이 쓴 책이라면 두 번 아니 세 번도 읽어볼 만하다. 고전이 될 책이다.
동의한다. 이것이 저자가 앉아서 이걸 책으로 써야지라고 생각해서 저술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틸은 이런 책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없고, 스탠퍼드에서 강의를 했을 뿐이다. 강의를 정리한 노트가 출판되어 책이 되었을 뿐이다. 피터 틸은 책을 팔아야만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의 신뢰성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있다. (하지만 출판을 망설일 사람도 아니다.)
피터 틸은 창업의 최전선에 있는 달인이라고 부를 만 하지만,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섣부른 스타트업 창업을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가 가지고 있는 '파괴적 혁신' 에 대해서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틸은 실리콘 밸리가 시장 파괴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꿈과 혁신의 이상을 추구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돈을 좇고, 현금흐름에 집중하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작은 혁신으로 시작해서 확장해나가면서 마지막 승자가 될 때까지 버티고 살아남아 시장을 독점하는 것, 이것이 피터 틸이 말하는 0에서 1이 되는 방법이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고리즘 리더 (마이크 월시) - 데이터 기반 기업으로의 변신은 가능한가 (1) | 2022.10.03 |
---|---|
초격차 (권오현) - '초격차' 비판 (2) | 2022.09.03 |
제너럴스 (토머스 릭스) - 최고 리더는 무엇을 하는가 (0) | 2022.07.27 |
슬램덩크 - 백날 공부해도 소용없는 이유 (0) | 2022.05.04 |
영원한 제국 (이인화) - 치명적인 생각의 힘 (0) | 2022.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