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의 인생이 백날 공부해도 인생이 바뀌지 않는지 아는가. 대부분 '학'만 하고 '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날 책 읽어봐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학습"의 의미를 아는가. 배우고 (학), 익힌다 (습)는 뜻이다. 배우는 것은 대표적인 것이 독서고, 익히는 것은 실행이다. 연애를 책으로 배우고, 뭍에서 수영 동작을 따라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는 농구와는 거리가 먼 깡패 새끼였던 강백호가 농구 선수로 성장하는 작품이다. 강백호의 성장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면 '학'보다 '습'이 많다. 주장인 채치수와 안 감독이 그렇게 기초를 강조해도, 기초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강백호는 실전을 통해 배운다. 기초를 배우는 '학'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기초를 닦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피가 터지는 연습과 실전은 기초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준다.
슬램덩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 아니다. 서태웅이 정우성을 누르는 장면이 메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가장 가슴 깊이 남는 장면은 강백호의 슛연습 2만개다. 다른 팀 멤버가 코트에서 실전연습을 뛰고 있을 때, 강백호는 슛 2만개를 혼자 쏘는 연습을 한다. 무릎을 이용해서 중심 이동을 통해 슛을 마스터해나가는 모습이 압권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백호가 전국대회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강백호에게 처음으로 슛을 쏠 찬스가 왔다. 이 첫 기회를 뼈아프게 놓치는데, 여기서 명대사가 나온다: '틀렸어, 무릎부터다, 무릎부터.'
혼자 남아 슛의 기초를 '배운' 주인공은 연습을 통해 자신의 폼을 만들었고, 그걸 실전에 사용해서 검증했다. 익힌다 '습'의 범위가 넓다. 연습을 하고 실전에서 검증하는 것까지가 '습'이다. 실행은 반드시 연습과 실전으로 완성된다. 연습만 하는 것은 그래서 아무런 쓸모가 없고, 연습하지 않고 실전만 뛰면 성장이 더디다. 악기를 배우는 것은 소리를 내는 원리를 배움과 동시에, 연습과 무대에 서는 것까지 해야 완성되는 것이다. 투자와 투기를 논했던 이전 글에서 비슷한 내용을 적었었다. 주식을 공부하려 하지 말고, 일단 한 주를 사라. 연습과 실전은 동전의 양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만 한다. 이론만 배우고 기껏해야 '이미지 트레이닝'만 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공부'의 쓸모를 발견할 수 없다. 배우고 익혀 행하는 한 주기를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전적으로 학교 교육에 의존하는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에서의 검증은 잘해야 시험 성적으로 증명될 뿐이다. 이건 실행으로 마무리된 과정이 아니다. 지식이 응용되어 반드시 쓸모를 만들어 내야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학 전공 과목의 이론을 따라가기 급급했던 시절, 사실 아는 것과 물리학에 대한 감각의 괴리가 너무 컸었다. 내가 전공의 가치를 인정하고 물리학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실험물리학 연습이라는 과목 덕분이었다. 물리학 실험 과목은 보고서 쓰고 땡하는 수업이 많았지만, 이 과목에서 나는 끝장을 보기로 했다. 직접 선정한 실험 프로젝트 주제로 논문 읽는 것부터 시작해 이론에 맞추어 제작한 샘플이 실제로 이론으로 예측한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 동작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비로소 물리학을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내가 알던 책으로 배운 물리학 이론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됨과 동시에, 어떻게 해야 마무리 짓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농구공을 쑤셔넣는 덩크가 아닌, 강백호의 슛이 처음으로 득점이 되었을 때, 당시 고등학생인 나도 울었다. 작중 강백호의 친구들이 하는 대사가 있다. '둥지를 떠난 새끼를 보는 어미새를 보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삶은 배우고 익혀 써먹는 과정의 연속이다. 나는 항상 나 스스로를 둥지를 떠난 새끼처럼 어미새의 시선에서 봐야만 한다. 생각해볼 일이다. 그렇게 독서를 강조하면서도 연습과 실전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독서가 효과가 없다면, 그것은 훈련과 실전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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