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스 (토머스 릭스) - 최고 리더는 무엇을 하는가

불곰맨발 2022. 7. 27. 23:32

역사를 가르치면서도 전쟁사와 기술사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전쟁사에 대해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 이유는 최첨단의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현상이 전쟁중에 일어나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리더십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제너럴스 (Generals)'는 후자의 리더십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2차대전 이후에 미 육군의 최고위 리더십의 변화를 묘사한다. 

 

General = 장군(육군)

장군을 지칭하는 영단어가 General이다. 미군 기준으로 육군, 해병대, 공군의 장성은 General 로 모두 지칭한다. (참고로 해군 제독은 Admiral, 한글로도 장군과 제독을 구분한다.) 별이 몇 개냐가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실전에 투입된 장성급 리더십을 전쟁사를 되짚으며 논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웠다. 물론 이 내용은 다른 전쟁사 서적을 찾아도 알 수 있지만, 전쟁사 자체가 아닌 최고위급 장군이 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를 중심으로 논했기 때문에 서가에서 뽑아보았다. 익숙하게 알고 있는 아이젠하워와 패튼, 맥아더가 등장한다. 

책에서 논하는 2차대전의 장군들과 베트남전 당시의 장군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정부 조직의 분위기와 시대정신에 따라 장군들의 리더십도 변화한다. 걸프전의 럼스펠드까지 다루고 나서야 책이 끝난다. 책을 통해서 드러나는 장성들의 모습을 보면, 계급과 군종에 따라 동시대의 장군들도 서로 반목하고 대립한다. 하극상도 빈번하고 국적이 다른 장군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장군들의 관계에 대한 책이 아니라 그들의 리더십에 대한 책이다. 그걸 알 수 있는 대목은 바로 책 가장 첫머리, 작가의 한 문장에 드러나 있다. 

 

'못난 지도자 때문에 죽은 자들에게 바친다.'

 

공식적인 첫 문장도 아닌데, 강렬하다. 저자인 토마스 릭스가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썼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저자는 미국의 싱크탱크 연구원으로서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전쟁이 거부하는 못난 리더십이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지를 강조함으로써,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에필로그인 '미군 리더십의 회복에서' 앞으로의 미군 장성과 장교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룬 장군 조지 마셜의 챕터에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은 내용을 골라냈다. 인용한다.

 

전략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전략이 술의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이다.

 

(번역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결국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레닌이 제시한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해야할 일을 정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임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일에 대한 것이다. 저자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좋고 우선순위를 말하는 것은, 사실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내게는 그렇게 읽힌다.) 그리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피터 드러커나 스티브 잡스도 제시한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의 본질'을 걸러내고, 본질과 거리가 먼 부차적인 것들을 걸러내 버리는 것, 이 선택과 집중이 최고위급 리더가 해야할 일이다.

사실, 이걸 파악하고 나면, 역사적으로 어느 장군이 무얼 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읽어보면 된다.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관련 분야의 다른 책들이 많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 나의 임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게 읽고 실행하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