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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노트 비판 - 혁명노트 (김규항)

오랫동안 묵혀두었다가 쓰는 독서기록이다. 리뷰를 작성한 것은 벌써 1년반 전이고, 써두고 나서도 한참을 고민했다. 이 리뷰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이유는 뭘까. 김규항의 글은 간결하고 담백해서 대학생 시절부터 좋아했다. 이어령 스타일의, 뭔가 덕지덕지 붙이거나 있어보이는 척 하는 문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쿨내'가 나는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책 리뷰만 써봐도 글을 기름기 없이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알고 있다. 힘이 있는 글과 말이 모여 담론이 되고, 그 담론이 커져서 여론이 되었을 때 가지게 되는 그 힘을. 김규항의 글은 과도하게 힘이 들어 갔을 때 생기는 기름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B급 좌파'의 문체가 유난히 더 그랬었다. '혁명노트'는 ..

2022.01.03

군주론 (마키아밸리) - 어떤 리더십과 지배구조가 필요한가

군주론에 대한 '마키아밸리즘' 이라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잊는 것이 좋다. 군주론은 리더십과 조직의 지배구조, 조직 문화에 대한 책이고, 이런 주제에 대한 책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할 정도로 독자의 상황이 한가하지는 않다. 마키아밸리의 이 저작은 길지 않다. 서점에 가면 포켓판으로 3천원대에도 살 수 있는 이 책은 길지 않기 떄문에 그 밀도가 배가되는 책이다. 마키아밸리는 공무원이었다.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는 피렌체 공화국의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도대체 피렌체의 정체가 뭐가 문제가 있길래 맨날 얻어 터지고 사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두 번째 이유고, 정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을 당시 피렌체의 실권자가된 로렌조 디 메디치에게 보여주고 구직활동을..

2021.12.27

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 한국인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화와 칼이 출간된 것은 벌써 70년도 넘었다. 책에 대한 리뷰를 쓰기 전에 미리 선언할 것은 선언해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리뷰를 쓰는 나는 그 흔한 일본 여행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학부 시절에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여행을 등한시 했던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 일본을 한 번도 가보기 않은 사람이 한국의 일반적인 국민정서와 책에만 의존해서 일본이나 일본문화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는 글을 쓰는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 국화와 칼을 읽을 이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곧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나 스스로를 규정하고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으..

2021.12.18

쓸데없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려 한다.

주식을 배우고 싶으면 일단 어떤 기업이든 한 주라도 사 놓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 정상이다. 꼭 증권사 계좌도 준비안 된 상태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고 뭐가 맞는 투자인지 어떻게 하면 잃지 않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세상을 우습게 본단 얘기다. 굳이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처음에 시작하면 분명히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샀던 주식 중에 딱 한 번 분식회계 때문에 상장폐지된 종목이 있다. 심지어 그것도 미국 시장에서. 미국 시장은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말도 다 소용없는 말이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디디추싱의 상장폐지 얘기가 이미 나왔다. 잘 모르는 걸 배우려고 하면 당연히 깨지기 마련이다. 확실히 필요한 것은 '적게 깨지는 것'이지, '깨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만..

실행 2021.12.07

대서울의 길 (김시덕)

서울살이 40년만에 지리가 주제인 좋은 책을 만났다. 주제를 지리라고 한정하는 것이 사실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김시덕 작가의 대서울의 길은 단순히 지리학과 입지에 제한된 주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책의 내용상 부동산 개발사에 대한 이야기가 다수 등장하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얼핏 보면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책인 것 같지만, 사실 부동산에 대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작가의 주장을 요약하면, 우리가 사는 공간은 면이 아니라 선이다. 우리가 지하철 역세권에 목숨을 걸고, 조금이라도 출퇴근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이유는 도시의 발달이 관악구, 경기도 같은 면적으로 대표되는 행정구역이 아니라 9호선, SRT 같은 선을 타고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나트'에의 ..

2021.12.06

외환론 (제 7판, 최생림 교수 저)

94년에 처음으로 외환론을 읽었었다. 이제 겨우 산수가 되기 시작한 중학생이 시립도서관에서 외환론 1판 1장을 읽고 아직 제대로 출범도 하지 않은 유로화의 전신인 ECU의 환율을 계산해냈을 때 기쁨은 상당했다. 그 당시에 미래에 유망할 직업으로 외환딜러를 꼽았던 적이 있었고, 무역이 한창 늘어날 때라 실제로 그럴 듯하게 들렸었다. 그렇게 이 분야에 나름 관심을 두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약 4년후 한국에 IMF라는 국제기구 이름이 뉴스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공계로 진학하면서 이 길과는 영 멀어졌지만 2000년이 지나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파리의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결제하기 위해 처음 프랑스어로 들어봤던 '1 Euro' 라는 알바생의 발음('앙 뇌호')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한참이 지..

2021.12.05

블로그 개설

책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에 맞는 책은 그냥 식사중에도 볼 정도로 독서가 익숙하지만, 스무살에 읽었던 책을 마흔이 되서도 같은 밥상머리에서 읽고 있는 나를 알게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소설도 고전도 과학과 기술서, 만화책까지 다양한 책을 보지만 나는 이 책들을 실질적인 생산으로 연결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책보다 유튜브 시청이 많아지는 시절이다. 이제 읽어둔 책을 정리하여 압축, 활용하지 않으면 더 나이들어서는 힘들다고 보았다. 사실, 블로그로 읽은 책을 정리해보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이미 시작했던 적이 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아직 웹을 다루는 나의 기술이 세련되게 워드프레스를 쓸 수준이 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읽은 책에서 얻..

블로그 운영 202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