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두 책을 읽었다.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실전 투자 바이블', 이 두 책은 각각의 책을 보면 좋은 책이나, 참고 정도면 하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사지 않았어도 되는 책들이다.
위의 두 책들은 모두 생소하고 새로 생긴 개념에 대한 틀을 잡기 위해 필요한 책들이긴 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디센트럴랜드나 제페토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직접 이용해보는 것이다. 암호화폐 실전투자 바이블의 책 내용은 기본적인 개념들이 잘 정리되어 있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트레이딩에 대한 내용들은 이미 주식 투자를 트레이더로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것들이 많다. 직접 Crypto 트레이딩을 해보는 것이 학습하려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차만나는 연구소 분들에게 최근에 메타버스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그래서 메타버스라는 책을 서점에서 집어들었지만, 책을 읽어도 메타버스라는 것이 뭔지 개념적으로 어설픈 이해를 하는 것 이외에는 소득이 없었다. 책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서 메타버스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는 없었다. 솔직히 그 연구원들이 메타버스에 대해서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지 난 잘 모르겠다.
사실 예전에 '블럭체인 혁명'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 책을 아무리 읽어도 블럭체인이 뭔지 알 수 없었다. 탈중앙화된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수식어만 머리에 어지럽게 남을 뿐이지,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이후에 직접 내 돈이 Crypto에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블럭체인이라는 기술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수영이나 자전거, 암벽등반 같은 것들은 아무리 체육교과서나 관련 취미에 대한 책을 읽어도 제대로 된 배움을 얻을 수 없다. 세상에는 책보다 연습과 실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한 번이라도 무릎이 깨져서 빨간약을 바르고 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수영장에서 물먹고 귀에 물이 들어가다가도, 어찌어찌 수영장 왕복을 한 번이라도 해보고, 매점에서 핫도그를 사먹고 나면 '아 수영이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내가 막 회사를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오리엔테이션에서 암벽등반을 해보고 나서야, 의외로 나도 충분히 해볼만한 괜찮은 취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은 착각을 하곤 한다. 책을 소유하면 내가 그 지식을 소유했다는 믿음이 생길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한 대학 시절의 전공서적들에 써 재낀 책값이 과연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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