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란 (Quran) Part I: 내가 쿠란(코란)을 읽는 이유

불곰맨발 2024. 7. 27. 15:55

내 관심은 지극히 단순하다. 쿠란을 읽는 이유는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푸스하라고 하는, 교과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아랍어의 표준형은 쿠란을 소리내어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쿠란을 읽을 수 있어야만 아랍어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쿠란의 문학성이 그만큼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아랍어를 처음 배울 때는 아랍어 글자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머치 달팽이가 기어가면서 남긴 자국처럼 생겼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람이 쓰는 언어이고 패턴과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이해하기 쉬운 형태가 아니지만,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는 딱히 종교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군대에서 카톨릭의 세례명을 받은 적은 있다. 내가 군대에서 빵을 얻어 먹고 성경을 완독했다고 해서 크리스천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쿠란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무슬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금강경과 논어를 읽었다고 해서 불자나 유교 선비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집에서는 유교식 제사의례는 사라진지 10년이 넘었다. 부모님 두 분은 이미 오래 전 개신교의 신자가 되셨고, 간헐적으로 산소에 다녀올 뿐이다. 산소라는 것도 매장이 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역사와 픽션이 혼재하는 이야기가 있는 성경과 다르게 쿠란은 훨씬 더 건조하게 교리가 전달된다. 지겨울 정도로 쿠란은 신은 하나이며,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이다라는 교리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쿠란을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는 것은 그래서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양이 많지 않으나, 번역된 반복문에서 읽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유튜브의 시대답게 Quran recitation을 검색해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형태의 멜로디로 (그러나 음악은 절대 아닌!) 쿠란의 아랍어 낭송을 찾을 수 있다. 내 아랍어 실력으로는 전혀 알아 듣지 못하지만, 잘 때 틀어놓고 자면 꽤나 숙면을 취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수면클리닉에서 명상 영상을 이용해서 잠을 자게 만들려고 했다가 포기했는데, 쿠란 낭송이 이걸 해결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적어도 잘 때만큼은 알라께 모든 것을 맡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