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쓸데없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려 한다.

불곰맨발 2021. 12. 7. 21:32

주식을 배우고 싶으면 일단 어떤 기업이든 한 주라도 사 놓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 정상이다. 꼭 증권사 계좌도 준비안 된 상태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고 뭐가 맞는 투자인지 어떻게 하면 잃지 않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세상을 우습게 본단 얘기다.

굳이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처음에 시작하면 분명히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샀던 주식 중에 딱 한 번 분식회계 때문에 상장폐지된 종목이 있다. 심지어 그것도 미국 시장에서. 미국 시장은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말도 다 소용없는 말이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디디추싱의 상장폐지 얘기가 이미 나왔다. 잘 모르는 걸 배우려고 하면 당연히 깨지기 마련이다. 확실히 필요한 것은 '적게 깨지는 것'이지, '깨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만만치가 않기 때문에 처음에투자를 시작하면 크든 작든 해먹을 수밖에 없다. 초보투자자가 마이너스 없이 투자를 하고 싶다는 건, UFC 뛰어 링으로 올라가면서 한 대도 안 맞고 경기를 이기고 싶다는 얘기랑 같다. 

자꾸 넘어지는 법을 배워야 걷는 자전거를 타든 하는 것처럼, 실수를 안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건 세상의 진리다. 어머니가 바로 그랬다. 삼성전자 주식도 안 사본 사람이 지인의 말만 믿고 비상장 주식에 돈을 태웠다가 홀랑 말아드셨다. 어머니를 위로할 일이지만, 사실 관계만 놓고 보면 정말 '한 끗에다 오억을 태운 셈'이다. 

책이든 유튜브든 투자 관련해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통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그런 채널을 통해 학습을 시작하지만, 보통 석 달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그 정보들이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가지고 뭔가를 해보는 내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내가 뭔가 적용해봤을 때 그 정보가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이 되면서 나름대로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뭔가를 해볼 수가 있는데, 그걸 안했으니 자꾸 똑같은 얘기듣는 것 같아서 곧 그런 인플루언서들에게 시들해지는 것이다. (물론 오락적으로 재미가 있어서 본다면 다른 얘기지만)

백날 경매를 배우러 무료 강좌에 나가고 학원을 등록하면 뭘하나. 뭘 낙찰을 받든지 해야 투자를 익힐 것 아닌가. 비겁한 사람들이 점점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직 잘 모르는거라....모르는 것에 투자하는 건 투기야.' 하면서 주저 앉는다. 내가 보기엔 엄청 한가해보인다. 별로 돈 벌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저런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멀리 있는 다른 사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님께서는 할아버지 산소를 이장할 목적으로 땅만 10년을 알아보셨다. 오천만원을 들고 망설이며 팔도를 전전하는 사이 땅 값은 대개 원래 알아봤던 가격보다 뛰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1세대 게임업체들이 등장해서 '게임빌' 이라는 주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아버지를 말렸다. '요새 나오는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사시게요?' 라고 내가 말했다. 그 말을 내가 했던 것을 후회한다. 잃더라도 사실 수 있게 신경쓰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는 결국 투자를 감행하지 못했다. 

초보투자자라면 건투를 빈다.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딱 하나다: 뭐라도 일단 사라.